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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기술의 필요하다.

hotdigi 2010. 7. 29. 13:01
http://news.joins.com/article/490/4345490.html?cloc=home%7Csonagi%7Cclick

오피니언

[이철호 시시각각] 삼성전자의 불안 [중앙일보]

2010.07.28 19:39 입력 / 2010.07.29 00:08 수정

요즘 화제의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애플 주가는 1년간 거의 두 배나 올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몸값이 삼성전자의 두 배인 2000억 달러를 넘었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의 3연속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꿀릴 게 전혀 없다. 매출액은 애플의 두 배고, 영업이익도 훨씬 앞선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게걸음이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에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를 따라올 업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LCD는 세계 1위다. 디자인 역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신제품 갤럭시S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차갑다.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핵심 소프트웨어 없이 미래의 물결을 제대로 탈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애플 쇼크도 따지고 보면 강력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원천이다.

삼성엔 아이폰의 플랫폼인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부럽기 짝이 없다. 삼성은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 스카우트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SDS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티맥스코어도 인수했다. 그러나 자꾸 탄식이 흘러나온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게임과 포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OS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고급 인력은 멸종 상태”라는 것이다. 다행히 갤럭시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이용했다. 하지만 구글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느닷없이 값비싼 청구서를 보내거나 모든 스마트폰은 반드시 구글을 거치도록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 불안한 을(乙)의 신세다.

스마트폰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스마트TV와 스마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핵심 소프트웨어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독자적으로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보유하지 못하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나 LG가 하루아침에 외국 기업의 부품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론 소프트웨어 인력난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똑같은 고민이다. 세계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좇아 미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과거의 패착(敗着)이 뼈아프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의 컴퓨터공학과는 의대보다 인기가 높았다. 해마다 300여 명의 전문인력이 배출됐다. 지금은 어떨까. 한마디로 찬밥 신세다. 대학을 나와 하도급업체에서 3D 업무를 맡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조차 “안 되면 외국에서 수입하지”라는 식이었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오해도 뿌리 깊다. 이런 풍토를 못 견디고 뛰쳐나와 세운 벤처가 NHN·엔씨소프트 등이다. 이러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6년 연속 정원을 못 채우고, 이들 3개 대학이 배출하는 인원도 100명으로 쪼그라드는 게 당연하다.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만큼 소수의 뛰어난 인재에 좌우되는 분야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OS의 경우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 30~50명의 소수 정예가 만든다. “뛰어난 두뇌와 높은 수준의 교육,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가능한 작업”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은 10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인재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 회사에선 “소프트웨어론 밥 못 먹는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말라”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말리는 형편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이미 황폐화됐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 업보로 향후 6~7년간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밖에 없다. 눈앞에 펼쳐질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 자동차에서 승부를 걸려면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성공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뛰어난 소프트웨어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탄생해야 선순환(善循環)이 시작된다. 우수한 인재 없이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는 기대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뒷받침 없이는 미래 물결도 제대로 탈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실적에도 요즘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철호 논설위원